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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흔들리지 않는 인생 등록일 2017.11.26 22:50
글쓴이 김경용 조회/추천 18/1

 


흔들리지 않는 인생 갑자기 폰에서 긴급 재난문자 소리가 울렸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에서 5.5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포항’이라는 장소와 ‘5.5’ 지진 규모에 두 번 놀라서 포항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곳 건물도 크랙이 생기고 벽돌이 떨어졌다고 했다. ‘역대 2위’ 포항 강진은 전국을 흔들어 놓았다. 전원 깊이는 얕았음에도 체감 피해와 공포는 역대최고였다. 수치상으로는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차이는 0.4밖에 안 나지만, 에너지 상으로는 거의 4배 차이가 난다고 하니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 다음 날 본격적으로 피해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다세대 주택, 피사의 사탑이 된 아파트, 그리고 학교까지 균열이 생겨 수능이 연기된다는 뉴스들이 쏟아지는 중, 고아 원아들이 대피소에 있다가 학교가 수업 재개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에 이유모를 눈물이 났다. 어느 분은 단 한명의 인명피해가 없었던 이번 지진에 오히려 더 큰 슬픔을 감출길이 없다는 글을 섰다. 사람도 안 다쳤으니, 사후 대책마련이 제대로 되겠느냐 식의 논리에 이해가 갔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지진을 통해 문제의 원인들을 제시하고 건설부실 예방활동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사고들은 원칙을 외면한 결과로 큰 대가를 이미 치루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구석 곳곳에 뿌리 내린 기본을 무시한 관행이라고 이름의 암적 존재들은 이제라도 과감히 청산해야만 다가올 지진을 대비할 수 있으리라. 포항 지진 후 모든 매체마다 강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내진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그러나 30년 전에 지었음에도 이번 지진에 아무 피해가 없었던 포스텍 건물이 던지는 메시지는 모든 것을 원칙대로만 하면 나도 살고 너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음을 이번 일로 또 한 번 절감하게 된 셈이다. 박태준 전 회장은 강진 견디는 1000년 갈 학교를 짓자며 매일 공사현장 찾아 진두지휘하며 표준과 원칙을 고집했을 때, 당시 우리나라는 지진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내진설계 기준도 없었던 시절인지라 주변에서는 너무 호들갑 떤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이번에 포스텍이 멀쩡한 것을 보고서야 원칙과 기본의 위대함이 큰 메아림으로 울려 퍼지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발생하는 수준의 지진이라면 굳이 내진설계를 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 규모에 맥없이 무너질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구조설계와 시공 과정이 부실했기에 이런 일이 발생 된 것이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그것은 엄청난 두뇌를 요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민첩한 순발력을 요구하지도 않고, 다만 원래 교과서대로만 하면 되는데 그 일이 어렵게 느끼는 것은 꾀돌이같이 잔꾀 부리는 것에만 익숙해져 기본을 지키는 것을 그렇게 힘들게 여겨지고 있다. 지금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을 외쳤듯이, 정치인들은 기회주의가 속성이기에 ‘상식과 원칙’이라는 구호를 자유롭게 쓴다하지만, 평소 지식인이라 자처했던 부류들 중에도 자신들의 이해와 연루시켜 ‘상식과 원칙’을 아전인수식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쾌했던 여겼던 것은 그것은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 바탕이기 때문이다. 모든 공동체는 공통의 가치와 공유된 유익을 위하여 서로 동의하는 상식과 거기에 바탕이 되는 원칙들이 있다. 적어도 자신들의 자유와 평화를 누리기 위해 상식과 원칙 속에서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은 그들만의 고유한 약속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동체의 존재의미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는 원칙과 상식을 무참하게 저버리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현주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 덧 아열대에 속하니 진도 6이상 지진은 연이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자연적 변화를 우리가 어찌하겠는가. 성수대교 붕괴이후 언론에서 도로나 다리가 하중을 견디는 힘을 단위로 환산했듯이, 문제는 인생하중이다. 물렁물렁한 땅에 얕게 나무를 심으면 바람에도 쉽게 넘어가는 이치처럼, 한순간에 공동체가 무너지는 마지막 때에 박태준 전회장같은 고집은 아니더라도 시류와 타협하지 않는 인생하중에 힘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 때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세찬 바람이 사회 구석구석에 불고 있다. 지금은 성공의 조건이나 방법이 아니라 어떤 인생의 지진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살아갈 삶의 기술을 익혀야 할 때다. 그 기술이란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이치들이다. 바람이 불수록 먼저 자신의 한계를 바로 알아야 대처할 지혜를 얻게 된다. 더 이상 시류에 핑계하지 말고 모든 일에 자신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마음 중심에 자신만의 철학과 자신만의 세계가 분명히 서야 한다. 글로써 자신의 현주소를 찾고, 친구를 통해 자신의 미래와 과거를 돌아보고, 가족을 통해 진정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면서, 관용과 기다림으로 세상과 늘 소통하며 살아가야만 어떤 인생 지진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2017년 11월 26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하누리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경포호수^